<ssme column> 한국섬유신문 정정숙기자 / 성수동 수제화 활성화 정책 제언

조용수 기자 / 기사승인 : 2020-10-22 15:4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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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개전투 지양하고 총론부터 바로 세우자

제화산업은 1980~90년대가 최고 전성기였다. 당시 염천교와 명동 구두골목에는 싸롱화로 불리는 양화점(구두점)이 즐비했다. 짜장면이 50원하던(서울시 기준) 1974년 수제화는 남화가 1만4000원, 여화가 8~9000원선이었다. 이때 명동에 있던 한 제화점의 연 매출액은 100억원에 육박했다. 1980년대 유명 백화점이 세일을 하면 하루 1만2,000켤레가 넘는 구두가 팔렸다. 성수동에 본사가 있던 금강제화가 구두 대량생산을 주도했다. 성남에 위치한 에스콰이아, 엘칸토 등 3대 트로이카는 기성화 시장의 황금 시대를 열었다. 이들 브랜드가 성장하면서 10만여명이 넘는 기능공, 비숙련공이 전성기를 이끌었다.

■한국 기성화 산업을 이끈 성수동
1960년대 금강제화 본사가 자리잡고 외환위기 전후 수제화 관련 제조업체들이 몰리면서 성수동은 수제화 산업의 핵심 요충지가 됐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운동화 시장이 급성장하자 수제화 산업은 점차적으로 내리막 길을 걸었다. 한국제화산업기술협회에 따르면 현재 제화 기술자는 1만5,000여명으로 추정한다. 수제화 기술자들은 성수동을 비롯 낙성대, 염천교 그리고 경기도 성남 등에 분포했다.

성수동은 전국 최대 수제화제조업 밀집지역이다. 통계청 전국사업체조사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서울 구두류 제조업체는 534개에 이른다. 이중 70%가 수제화 핵심기반인 성수동에 몰려 있다. 업계는 부자재를 비롯한 완제품 생산 중소업체는 300여개, 여기에 종사하는 2,800여명이 성수동에 몰려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서울산업진흥원 ‘도시형소공인 DB구축 실태’에 따르면 2018년 성동구 성수2가 1, 3동에 10인 이하의 소공인 공장 306곳이 밀집돼 있다. 이들 공장의 연평균 공장 가동률은 50%에 조금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 뿌리째 흔들리는 산업기반, 왜?
최근 수제화 산업집적지 성수동 산업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침체에 빠진 수제화 시장 여파와 함께 지난해 제공기술공 공임상승요인이 맞물려 수제화 브랜드들이 완제품 협력공장 생산 물량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2018년 4월3일 탠디 사태(5개 하청업체 도급 제화공인 98명 파업)가 도화선이 됐다. 신발 한 켤레 공임이 평균 2,000~2,600원(갑피와 저부 합산)정도 올랐다. 원청 납품가는 줄이거나 그대로 둔 채 공임만 오르면서 제조공장 경영이 날로 악화됐다. 아울러 도급 제화기술자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한 사례가 나오면서 제화공의 퇴직금청구 소송이 제화업계 전체로 확산됐다.

제화공장 경영악화가 가시화되면서 탠디, 미소페, 금강 등 주요협력공장들 8여곳 이상이 문을 닫았다. 그 여파는 원부자재업체까지 이어졌다. 소규모 공장을 포함하면 50여곳이 넘는다고 알려졌다. 이로 인해 수제화의 허리 산업군인 공장들은 삼중고를 겪고 있다. 한 공장 대표는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성수동 임대료는 올라간 반면 공임은 2017년 대비 20% 이상 오르면서 브랜드 납품 물량은 줄어들고 있어 제조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문제가 불거지면서 기업들은 비용 부담이 급증하고 납품 공장은 공장대로 원가 압박이 더욱 심화됐다.

원청 기업은 경영환경이 악화돼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해외로 소싱처를 옮기고 그나마 국내 생산 기반을 유지한 곳들은 성남 등지로 빠져나갔다. 소비자 니즈에 맞는 가격대가 나오기 힘들다는 명분을 앞세웠다. 이 과정에서 민주노총은 40%이상인 백화점 수수료를 3% 포인트만 줄여도 퇴직금과 4대보험이 가능하다는 논리를 폈다. 유통 수수료 인하운동도 펼쳤다. 이번 사태는 전 스트림이 패자가 된 싸움이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부와 지자체 지원도 난항을 겪었다. 서울시 산하 기관인 서울수제화진흥원은 관리부실 및 내부 협력업체와의 갈등으로 2년간 29억원을 투입한 상태에서 ‘성수수제화 지원사업’을 지난 9월 중단했다. 서울시가 3년간 총 51억여원 투입을 계획했던 이 사업은 수제화 시제품 제작 및 공동장비 지원, 수제화 기술인력, 양상, 성수수제화지원시설(수제화제작소, 아카데미, 희망플랫폼) 운영이 핵심 내용이다. 서울시는 내년초 정보공개를 통해 다시 사업자를 공모해 도시제조업 활성화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 컨트롤타워 세우고 민관 협력 가교 역할 해야
국내 수제화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에 올랐다. 국내시장을 넘어 해외시장까지 나아가기 위한 성장동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그러나 도시제조업 활성화에 나선 정부와 지자체는 안일한 대처로 2년 간 수제화 활성화 산업 발전은 제자리 걸음에 머물렀다. 이제는 분열과 갈등을 줄이고 민관이 머리를 맞대고 상생 방안을 찾아야 할 때다.

성수수제화산업 부활을 위해서는 구심체 역할을 할 강력한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 이 곳에는 원부자재와 공장, 디자이너를 긴밀하게 조합할 구심체가 없다. 몇몇 협회와 조합들이 있지만 산발적인 각개 전투만 있을 뿐 산업을 총체적으로 바라보고 큰 틀에서 발전을 이끌 총론이 없다. 컨트롤 타워를 제대로 세워 정부와 지자체에 산업 현장 실태를 알리고 실효성 있는 지원을 이끌어 내야한다. 성수동뿐만 아니라 전국 수제화 클러스터를 통합할 협회나 민간단체가 필요한 이유다.

민의 노력이 여기서 그쳐서는 안 된다. 수제화 산업은 철저한 품질관리가 우선이다. 디자인과 제품 경쟁력은 품질에서 나온다. 소비자에게 편안하고 차별화된 구두를 팔아야 한다. 그래야 소비자가 다시 찾고, 외면하지 않기 때문이다. 성수동에는 몇몇 공동 브랜드가 있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일본 수제가방 집적지인 도요요카 지역의 ‘토요가방’을 벤치마킹해 봄직하다. 일본 토요가방은 폐업위기에 놓인 지역 내 OEM, ODM기업들이 제조업체 조합을 만들어 설립한 지역 공동 브랜드다. ‘효고현 공업협동조합’으로 2006년 시작했다.

특히 철저한 품질 인증관리 시스템이 눈 여겨 볼 만하다. 품질심사를 통과한 21개 업체 가방브랜드가 속해 있다. 이들은 엄격한 인증위원회를 두고 심사위원단 9명 전원에게 합격인정을 받아야 제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2개월마다 심사가 진행된다. 제품번호와 보증서를 부여해 소비자들에게 품질에 대한 철저한 신뢰를 주고 있다. 물건을 산 고객들은 제품 하자에 대한 보증도 받을 수 있다. 토요가방이 2009년 디자이너와 협업한 ‘마리오네트 존슨’은 일본 전역에서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성수동은 원부자재에서 완제품 생산 및 판매까지 이뤄지는 완벽한 원스톱 분업체제가 확립돼 있다. 원부자재-디자이너-장인 등 전 스트림 간 협업으로 가성비 상품을 생산·판매할 수 있는 기반이 닦여 있는 것이다. 특히 소비자와 생산자가 직접 연결되는 만큼 착한 가격으로 경쟁력 확보가 가능하다.

영세한 중소기업이 몰려 있는 산업 특성상 마케팅 판로 지원은 빼 놓을 수 없는 필수요소다. 방안은 다양하다. 정부가 ‘메이드인 코리아’ 또는 ‘메이드인 성수’를 부각해 모바일 플랫폼을 지원할 수도 있다. 향후 글로벌화를 위한 경쟁력 강화의 일환이다. 이탈리아는 ‘메이드인 이탈리아’ 원산지 표시 의무화를 통해 글로벌 시장 주도권을 가져가고 있다. 세계에 나가 있는 무역공사 및 관련협회 등이 힘을 합쳐 해외 시장을 공략한다. 성수 수제화도 신발에서 나아가 제화, 가방과 협업해 관의 지원을 받아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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