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me column> 서울디자인재단 패션산업팀 최주원 / 성수동 상권의 빛과 그림자. 도시 재생과 소상공인의 역할

편집국 기자 / 기사승인 : 2020-11-20 15:52:36
  • -
  • +
  • 인쇄
- 내·외부 기술력의 협업으로 만든 브랜드만이 살길
- 도시 재생 위해 성수동 상권 살려야…

[소상공인뉴스=편집국] 대학 졸업 후 패션회사에 취직하여 직장생활을 해 오다 IMF 이후 기울어진 가업을 잇기 위해 니트 사업에 뛰어들었다. 제조업 개인사업자로 등록하고 특허청에 브랜드도 등록하고 나니 제법 사장이 된 것만 같았다. 부친의 공장을 운영하며 패션회사에서 쌓은 인맥과 유통 지식을 기반으로 유통 판로를 확장해 나갔다. 때마침 서울시에서는 소상공인을 위한 여러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었다. 운좋게도 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동대문에서는 패션쇼를 해 보기도 하고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프로그램에도 참가하면서 브랜드의 꿈을 키워 나갔다. 부친의 유통 경로였던 재래시장에서 벗어나 제품의 질을 높이고 홈쇼핑을 겨냥하여 공격적인 사업을 진행한 결과, 월 매출 1억 이상을 기록하는 성과를 보였다.


<소상공인으로서 성공과 실패>
자신감을 한층 얻어 직원을 추가 고용했으나 오래지 않아 해외 저가 브랜드와의 가격 경쟁에서 밀려 조금씩 설 자리를 잃게 되었다. 여러 난관을 타개하기 위해 법인회사를 설립하고 벤쳐기업으로 인증을 받는 등 새롭게 시도했으나 변화하는 산업 구조 속에서 적응하지 못한 채 직원들을 해고하고 홀로 남게 되었다. 사업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기 위한 연구와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했다. 모교 대학원 패션마케팅을 전공으로 선택하여 이론과 실무를 접목한 연구를 통해 사업의 돌파구를 찾길 바랐다. 매장을 운영하며 학업을 병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패션에 대한 학문적인 연구와 실제 사업 경험을 분석하자 조금씩 실패에 대한 원인이 보이기 시작했다.

<제조 기술력과 브랜드>
대량 생산 방식 위주의 해외 저가 브랜드와의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급변하는 시장의 반응에 빠르게 대응하는 고품질의 다품종 소량 생산 전략이 중요함을 깨달았다. 재고의 부담을 줄이고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빠르게 제작하여 만족시키면 매출은 상승하게 된다. 문제는 제조였다. 제때에 잘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상품 개발을 통해 브랜드 전략을 추진하는 것이 답이었다. ‘내가 만든 브랜드는 왜 실패했나, 그렇다면 어떤 브랜드를 만들어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품고 논문을 준비했다. 국내에서는 패션 제조의 성장 전략과 관련된 논문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우리보다 앞서 유사한 경험을 한 일본으로 눈을 돌렸다.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통해 와세다대학교 대학원 상학연구과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었고 순조롭게 정보를 구해 나갔다.

도쿄의 공공기관과 패션 제조업체를 직접 방문하여 일본어로 인터뷰를 해 가며 생생한 현장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답이 보이기 시작했다. 도쿄 패션 제조업체들은 하청 위주의 사업 방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오랜 자사의 제조 기술력을 바탕으로 자사 브랜드를 설립하며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고 있었다. 그러나 브랜드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견한 것은 외부의 기술력과 네트워킹 그리고 디자인의 아웃소싱이었다. 브랜드를 만든 기업들은 평균 70년 이상 가업을 계승하여 기업을 영위해 오고 있었고, 이러한 자사의 제조 기술력과 외부의 기술력을 협업하여 브랜드를 만든 것이다.

<도시 재생과 도시 제조>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도시의 경쟁력을 위해 「도시 재생 특별법」을 제정하였고, 서울시는 ‘도시 재생 특별시, 서울’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었다. 도시 재생이란 무엇인가? 왜 하는 것인가? 궁금했던 차에 도시 재생과 도시 제조는 맞물려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산업 구조의 변화와 도시 계획 속에서 자꾸만 커지는 도시, 그 안의 건물들은 늙어가고 있었고 낙후된 공간에서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조금씩 빠져나가고 있었다. 남아 있는 건 나이든 사람들과 힘든 환경 속에서 종사하고 있는 근로자와 그들의 주거지였다. 이러한 낙후된 도시 속에서 삼삼오오 모여서 일을 하는 제조가 도시 제조이고, 이렇게 활력을 잃어가는 공간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어 새로운 힘을 갖게 하는 것이 도시 재생인 것이다.

<장인 정신과 상권의 부활>
서울은 도시 제조업이 밀집해 있는 곳이다. 패션 제조업의 경우 약 14조 원을 서울에서 생산하고 있을 정도로 영향력이 크며, 서울시는 이러한 도시 제조업을 살리기 위해 도시재생 측면에서 노력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산업을 재생하기 위해서는 산업에 대한 이해를 통해 지속 가능한 플랫폼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1970년대 경제 성장을 이끈 주역은 패션 제조업이었으나, 오늘날 그들은 나이 들어가고 있고 사회에서 존중받지 못한 채 불안한 고용 구조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제조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사회의 인식 개선과 올바른 처우, 그리고 청년들을 유입시킬 수 있는 플랫폼 없이는 살아나기 어려운 구조다. 또한 제조는 타 분야의 고용을 유발하는데, 특히 서비스 분야의 고용에 있어 큰 역할을 한다. 그래서 제조가 살아야 상권이 산다는 말은 진실이다. 이렇게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는 패션 제조업을 꾸준히 육성하려면 가업 승계의 제도적 지원도 중요하다. 패션 제조 분야의 100년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이러한 제조의 기반 아래 디자인과 타 분야의 기술력을 융합하여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야 할 시점이다.

<장인의 도시 성수동의 역할>
패션 제조 중에서도 수제화로 유명한 동네 골목이 있는데, 바로 성수동이다. 서울 시민들이 어디든 갈 수 있는 이동수단을 만들어 내는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2014년 성수동은 근린 재생형 도시재생 시범지역으로 선정되었다. 성수동은 급격한 인구 감소와 더불어 수제화, 의류, 봉제 관련 사업 등 작은 규모의 제조업이 모여 있는 도시형 제조업의 공간인데,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고자 선정되었다고 볼 수 있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4년 간의 시간 동안 주민과 기업과 공공기관이 함께 진행한 프로젝트였고, ‘더불어 희망을 만드는 장인의 마을 성수’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야심차게 준비했다.

2017년 서울시는 성수동 도시 활성화 계획을 마련하여 본격적으로 일터와 삶터, 쉼터와 공동체가 공존하는 재생의 공간을 만드는 데 박차를 가했다. 도시재생과 도시제조의 만남이 성수동에서 집중적으로 이루어진 사례이기에 그 의의가 크다. 그렇다. 성수동은 패션 제조의 잠재력과 희망을 품은 공간임에 틀림없다. 화려한 도시 서울의 이면에는 성수동과 같은 먼지와 땀이 뒤섞인 공방에서 장인들의 손끝에서부터 고부가가치 상품이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에 도시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고품질의 상품이 제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브랜드력이 필요한데,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기술력과 디자인 상상력을 결합한 새로운 브랜드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우선 도시 제조업이 살아야 서비스 산업도 함께 살아나고 서울이 살아난다. 패션 제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새로운 브랜드를 통해 성수동 상권이 살아나야만 할 것이다.

 

[저작권자ⓒ SS소상공인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글자크기
  • +
  • -
  • 인쇄
뉴스댓글 >

주요기사

+

많이 본 기사

News

+

Life

+

PHOTO NEWS